7부작 단편소설. 뽑히는 일상 3부. 솔깃한 제안(두 달 전)
한 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재밌는 단편소설입니다. 재밌게 보세요.
해가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의 부동산 사무실. 손님은 없고 식어버린 믹스커피의 단내만 공기 중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창밖의 거리를 보며 연신 구두 뒷굽으로 바닥을 툭툭 쳤다. 그렇다. 나는 지금 많이 초조하다. 가게를 구하면서 나에게는 무리한 자리를 잡았는데, 결국 이것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대출 받아서 가게 자리를 매입했더니, 원리금이 매달 통장에서 나간다. 다른 돈 나갈 곳은 계속 줄여 왔지만, 여기서는 따박따박 목돈이 빠져나가서 어떻게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 숨 막힌다.
"아니, 김형. 얼굴이 왜 이렇게 흙빛이야? 누가 보면 나라 잃은 줄 알겠어."
옆가게 최사장이 가게로 들어오며 느긋하게 말을 건넸다. 그는 소매를 걷어붙인 채였는데, 반팔 아래로 드러난 팔뚝에는 화려한 용문신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는 지금 평범하게 문방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젊을 때 조폭을 하던 사람이다. 술 한 잔 같이 할 정도로 친하지는 않아도 가끔 믹스커피 마시며 옆가게끼리 그냥 잘 지내는 사이이다.
"최 사장... 알잖아. 이번에 대출 원리금 못 내면 나 정말 끝장이야. 대출 몇 개나 받아 놓은 상태라 은행권은 이미 다 막혔고..."
나의 말에 최사장이 기다렸다는 듯 몸을 앞으로 쓱 밀어 넣었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형님, 은행이 세상의 전분 줄 알아? 거긴 비 올 때 우산 뺏는 놈들이지. 진짜 형님 사정 봐줄 사람은 따로 있어."
최사장은 주머니에서 구겨진 명함 한 장을 탁자 위에 툭 던졌다. 아무런 상호도 없이 번호만 적힌 검은색 명함이었다.
"이게 뭔가?"
"형님 숨통 트여줄 '생명줄'이지. 절차? 까다로운 심사? 그런 거 없어. 당장 오늘 저녁이라도 큰 거 한 장은 바로 쏴줄 수 있는 분들이야. 이자야 뭐, 급한 불 끄고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면 되는 거고."
나도 모르게 눈동자가 흔들거렸다. 그것이 독이 든 성배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망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나를 조여오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 처럼 느껴졌다.
"괜찮겠나? 이거 잘못 썼다가..."
"아이고, 김 형! 나 못 믿어? 내가 형님 망하는 꼴 보겠어? 일단 살고 봐야지. 저쪽 형님들도 아주 화끈해. 형님처럼 확실한 담보 있는 사람들은 아주 환영이라고."
최사장은 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덧붙였다.
"형님, 결정해. 내일이면 늦어. 형님 망한 후에 뭔 대책이 있겠어? 오늘 이 전화 한 통이면 형님 걱정 싹 사라지는 거야."
나는 떨리는 손으로 검은 명함을 집어 들었다. 어둠이 들어오고 있는 사무실 안, 나의 그림자가 내 처지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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