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작 단편소설. 뽑히는 일상 1부. 빚의 부담감
재미있는 단편소설 찾으시나요? 재미있는 단편소설 뽑히는 일상을 소개해 드립니다. 앞으로 완성되는 대로 연재할 테니, 관심 가지고 봐주세요.
눅눅한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은 인천의 어느 상가 사무실. 블라인드 틈으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햇살이 유일한 조명인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전사장은 책상 위에 발을 올린 채 나를 향하여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구석에 있는 소파에는 그의 부하들로 보이는 사람 두 명이 앉아서 내 쪽을 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에서는 나름 잘나가던 부동산 사장이었던 나였지만, 지금은 구겨진 양복 차림으로 전사장 맞은편에서 비굴하게 고개를 떨구고 서 있었다. 그의 부하들도 비웃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김사장님~ 우리 사이에 예의는 지켜야지. 지금 장난하시나?.. 이게 몇 번째야. 숫자 모르시나?.."
전사장이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 고요함이 나의 목을 더욱 더 조여왔다.
"한 달이었잖아. 한 달만 시간 더 주면 갚을 수 있다고, 내 손잡고 눈물까지 글썽이던 분이 누구더라? 기억 안 나시나?.."
나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애걸하듯 말했다.
"전사장... 그게, 요즘 갑자기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져서… 부동산 거래가 끊긴 거 전사장도 알지 않나?..”
쾅! 전사장이 구두를 신은 발로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찻잔이 힘없이 뒤집어지며 차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내가 지금 김사장 사정 듣자고 여기 앉아 있는 줄 알아?!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것은 김사장 사정이고! 내 돈이나 갚어! 얘들아, 김사장 사정 듣고 싶냐?!”
“관심 없습니다, 형님.”
부하들의 우렁찬 대답 소리가 나를 더 숨막히게 만들었다. 전사장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나의 시선이 보이는 곳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비릿한 담배 냄새와 서늘한 살기가 내 얼굴을 파고들었다. 전사장이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김사장, 내 돈 안 갚고 밤에 잠이 와? 내 돈으로 네 마누라랑 딸내미는 집에서 우아하게 스테이크 썰고 있겠지?"
"제발... 가족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오겠습니다."
"어떻게든? 그 말 벌써 다섯 번째야!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얘들아, 믿기냐?!"
“못믿겠습니다, 형님.”
전사장은 서랍에서 서류 뭉치 하나를 꺼내 내 앞에 던졌다. 서류들은 허공에서 어지럽게 흩날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내가 작성한 신체 포기 각서 였다.
"내 인내심은 딱 이번 일요일까지야. 그전까지 돈 안 가져오면, 비용에 맞게 작업 들어갈꺼야. 얘들아, 작업 대기하고 있어! 김사장, 나 장난 아니야, 알겠어?!”
나는 대답도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바닥의 종이를 주워 모았다. 전사장은 다시 담배를 한 대 물며 차갑게 덧붙였다.
"돈 가져오기 전까진 연락도 하지 마. 찾아오지도 말고. 얘들아, 문 열어드려라."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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